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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 대한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질문

by Tomboy73 님의 블로그 2025. 3. 26.

출처:교보문고 채식주의자

서론

 – 고요한 파문, 그리고 질문

책을 읽고 나면 마음에 무언가 깊은 파문이 남는다. 그것은 슬픔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며,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흔들림이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그런 책이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한 여성의 단순한 선택이 주변 사람들의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고, 한 인간의 정체성과 자유가 얼마나 쉽게 짓밟히는지를 고통스럽도록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읽는 내내 내 안의 어떤 고정관념과 마주하게 만들었다.

채식이라는 행동은 단순히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다. 이 책에서 채식은 주인공 ‘영혜’가 세상과 자신을 단절하려는 몸부림이며, 동시에 인간의 본성과 폭력성에 대한 깊은 저항이다. 이 소설은 그런 선택의 이면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며, ‘정상’이라는 틀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본론

 – 그녀는 왜 채식을 선택했는가?

『채식주의자』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다른 인물의 시점을 통해 영혜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독특한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영혜의 내면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그녀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그녀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이 점이 이 소설을 더욱 섬뜩하고 날카롭게 만든다.

첫 번째 장은 남편의 시선으로, 그녀가 채식을 선언하고 고기를 거부하면서부터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남편은 영혜를 ‘별 문제없는 평범한 여자’로 묘사하면서, 그녀의 변화에 당황하고 점차 혐오감을 느낀다. 그는 그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사회적 체면과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한다. 이 장면을 읽으며 느꼈다. 우리는 누군가의 변화에 대해 얼마나 쉽게 판단하고, 그것을 ‘비정상’이라 단정 지으며 고립시키는가.

두 번째 장은 영혜의 형부인 예술가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는 영혜의 몸을 예술의 대상으로 삼고, 그녀와 성적 관계를 맺는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욕망은 그녀의 존재를 또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고 침범한다. 영혜는 점점 식물처럼 변해간다. 그는 그녀의 침묵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이해가 아닌 일방적 판타지일 뿐이다.

마지막 장은 언니 인혜의 시점이다. 이 장에서 우리는 영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가족의 시선을 통해 그녀의 정신적 고통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인혜 역시 끝없이 참고 견디는 삶을 살아왔지만, 동생의 무너짐 앞에서 그녀도 흔들린다. 병원에서 영혜는 “나는 나무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것은 폭력과 억압,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고픈 절박한 탈출구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다.

결론

 – ‘정상’이라는 이름의 폭력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며 살아가는가? 채식이라는 단순한 행동조차도, 그것이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날 때, 주변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공격적이 된다. 사회는 끊임없이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줄 세우고,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이상하다’고 말한다.

영혜는 그런 기준에서 탈출하고자 했고, 그것이 그녀를 광기로 몰고 갔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녀의 선택에 인간적인 진실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고통을 거부하고, 폭력을 거부하고, 자신의 몸마저도 거부하며, 결국엔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었던 영혜의 마지막 선택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가?

 느낀 점

 – 침묵 속 외침을 들을 수 있는가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나는 수많은 침묵의 장면들에 눈물이 났다. 영혜는 크게 소리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은 오히려 강력한 외침처럼 느껴졌다. ‘나를 보라, 나를 이해하라, 나를 억압하지 말라.’ 우리는 언제부턴가 말 잘하고, 웃으며,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는 사람만을 ‘정상’이라 여긴다. 그 이면에서 조용히 무너지는 사람들, 말 대신 몸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은 외면된다.

이 소설은 그런 이들의 목소리를 문학이라는 언어로 세상에 드러낸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있는가? 당신은 누군가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가?

감사평

– 고통을 문학으로 끌어올린 한강 작가에게

이 책을 읽는 동안 한강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억압, 여성의 몸과 자유에 대해 고민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감정에 호소하지 않지만, 그 차가운 문장 속에 엄청난 뜨거움이 숨어 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고, 세계에 대한 질문이며, 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역할이다.

『채식주의자』는 읽는 내내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이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세상과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영혜의 고요한 저항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나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 『채식주의자』, 이런 분께 추천해요!

  •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  문학을 통해 사회적 억압을 들여다보고 싶은 분
  •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고통을 마주할 준비가 된 분